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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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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N 강세희 기자 marketing@gtn.co.kr
- 게시됨 : 2016-05-30 오전 8: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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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사는 그야말로 싸움판의 소굴이다. 너도나도 이름도 거창한 박람회를 진행하는가 하면 변별력없는 기획전이 차고 넘치다 못 해 봇물터지고 있다.
여행사별로 각종 박람회나 대형 기획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도 날짜도, 세부 내용도 판에 박은 듯 흡사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만큼 최근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출혈 경쟁이 일상화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비교적 평화로웠던 업계 분위기가 점점 암흑 속으로 빠지고 있다. 정치권이나 심지어 힙합 문화에서 벌어지는 디스전 저리가라다.
단순히 이같은 여행사별 출혈 경쟁을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비판하기보다, 어쩌다가 이렇게 치열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동안 몸 담았지만 지금은 업계를 떠나버린 모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 데 차마 강한 부정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원인은 여행사별로 사정이 제각기다. 다만, 여행사들이 혈안이 돼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과 그 나름대로의 의중을 파악해봐도 이 현실이 안타깝기가 그지없다.
현재 여행사들은 본격 성수기를 준비하는 와중에 경쟁사를 의식하며, 어느 업체가 어느 업체를 견제하는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대적인 기획전을 펼쳐 위안을 얻는다. 각종 프로모션, 기획전을 대방출하며 엇비슷한 타이틀을 돌려막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맞대응 방식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자신이 속한 회사의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대형사마저도 경쟁사가 뭘 하든 관심없다고 외면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결과물은 경쟁사의 플랜 B, 플랜 C에 불과할 뿐이다.오히려 같은 시간대에 신상품 개발에 투자했다면 이런 사단까진 나지 않았을까. 여행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치부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라이벌을 향한 역차별 공격이라는 데 통감할 것이다.
출혈 경쟁의 또 다른 오점은 결국 고객만 좋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싼 가격으로 덤핑판매 중독에 빠져 여행사들이 헤어나오지 못 하는 홈쇼핑 채널과 같은 맥락이다.
대형 박람회, 기획전, 프로모션 역시 싼 가격으로 손님들이 대거 몰리면 업체가 이득일 순 있지만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과연 이 효과가 유효할 것이라는 의문이 든다.
그간 오프라인 여행 박람회를 개최한 하나투어가 지난 10년 동안 독식 아닌 독식을 해오다가 불과 몇 년 사이에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온라인투어 등 업체가 가세하면서 먹을거리가 협소해졌다.
여기에 롯데관광, 참좋은여행 등 직판 여행사까지 불붙으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1년 안에 업계 분위기는 얼마나 삭막해져있을지 걱정이다. 대형 여행사들의 고래 싸움에 나머지 여행사들이 새우 등이 터지는 것처럼 도태되거나 아니면 모두가 공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행사들의 무차별적 공격 혹은 경쟁은 어느정도 고삐가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만큼 갑작스레 중단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기엔 빠져나오기 힘들 정로도 깊은 수렁에 빠져버렸다.<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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