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수치 자료가 빈약한 여행업계에서 여행사들이 보고한 실적의 정확성 및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업계 내 뜨거운 감자다.
현재 여행사 송출 통계는 한국여행업협회(이하 KATA)에 회원사들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실적 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내 유일하게 여행사의 송출현황을 판단할 수 있었던 한국여행업협회의 ‘회원사 실적통계’자료는 점차 신뢰성을 잃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여행사들의 외형적인 과시와 인지도, 브랜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여행 통계가 부풀리거나 아예 통계 자체를 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통계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의견을 모았다.
업계 내 손꼽히는 여행사의 실적이 누락된 경우도 있다. 이에 KATA 측은 “업체들에게 자율적으로 받으며 실적을 제출하지 않는 여행사들에게는 재통보를 하지만 결국 제출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며 “일일이 업체마다 실적이 맞는지 확인해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행사들의 송출실적은 분명 여행사에게 이해득실을 제공한다. 항공사나 랜드사들이 거래 관계시 여행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업체 인지도를 위해 불가피하게 부풀려 실적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의 송출실적 통계의 오류가 문제시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수 혹은 고의적으로 잘못 보고된 여행사의 실적이 그대로 정부나 업계 외부 기관들의 참고 자료로 인용된다는 점이다.
여행사들이 KATA에 보고하며 부풀린 통계치는 비상장사의 경우 추후에 증시상장시 실적오류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증권사들 역시 상장여행사 IR부서를 통해 직접 실적을 전달받아 투자자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정교한 분석자료를 보유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또다른 문제는 여행통계에 대한 여행사들의 태도다. 있는 그대로 송출 인원 및 매출 등을 협회나 언론에 공개해도 타 업체들이 실적을 부풀려 내보내기 때문에 자사 실적을 실제보다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들은 “오히려 여행사통계는 치열한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의 불씨와 다름없다”며 “타 여행사의 실적은 궁금하지만 인지도를 염려해 자사의 실적은 내보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영세한 규모의 여행사들은 ERP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실적을 산출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일정한 양식과 정해진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실적을 뽑아내는 것이 힘들고 통계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본래의 업무 담당자들에게는 잔업으로 치부돼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여행사들이 협회에 실적을 제출할 때 항목 기준도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및 업계 유관기관에서는 부정확한 현행 여행통계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실적 제공에 의무성을 제시하고 보다 단순화 된 실적 보고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비 기자> jyb@gtn.co.kr
>>여행통계 현황 실례 진단
본지는 현재 여행업계 내 정확한 통계 수치로 꼽히는 BSP 실적을 참고로 패키지 발권 실적을 분리해 각 업체마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패키지 송출실적과 격차를 분석했다.<상단 표 참조>
표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적으로 업체 3곳을 선정, 업체들이 발표한 송출실적과 BSP 실적을 비교해 패키지 위주의 발권 실적을 중심으로 괴리정도를 추산한 결과를 보였다.
가령 A업체는 4458억원의 BSP실적을 기록했는데 이중 패키지의 항공 발권 실적을 분리해보니 3477.24억원이었다.
전체 송출인원의 합계와 여행사가 발표한 실제 패키지 송출인원을 비교해 격차를 조사하니 실제 송출인원(22만6020명)과 발표한 송출인원(19만9474명)의 차이는 약 0.8배 정도로 적었다.
B업체의 경우 1045억원의 BSP실적 중 패키지 발권실적은 543.4억원이었다. 패키지 발권실적을 인원수로 환산하니 3만2603명을 실제 송출한 것으로 나왔는데 B업체가 제출한 송출실적은 14만1788명으로 나와 실제 송출과 약 4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C업체는 BSP실적이 535억원으로 이 가운데 패키지 발권실적은 214억원이었다. 전체 송출인원의 합은 2만4856명인데 해당 업체가 대외적으로 밝힌 송출인원은 8만4000명으로 3배 가량의 격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