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현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필리핀과 태국 모객 침체가 장기화되고 항공 공급이 늘어나자 대만으로 모든 여행 수요가 일제히 집중됐다.
대만은 관광 수요뿐 아니라 포상여행, 기업 인센티브 수요까지 대폭 늘어난 상태며 단거리를 적극 공략중인 LCC들의 주요 취항지로 낙점됐다. 인천 외에도 부산, 청주 등 지방 공항들에서 일제히 전세편을 띄우며 대만 하늘길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여기에 ‘꽃보다 할배’ 방송 여파로 대만은 역대 최대 수요를 기록중이다.
대만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는 귀빈여행사 측은 “방송 이후, 지난해 4분기에는 2012년보다 63% 가량 행사 인원이 늘어났다”며 “지난 2013년 1월 행사 인원이 1669명인데 비해, 올 1월 현재 예약인원만 4500명이니 거의 2.7배가 증가한 셈이다”라고 밝혔다.
대만 현지 가이드들은 밀려드는 단체 행사를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만 가이드들은 급기야 파업까지 선언했지만 현지 랜드 사무소가 가이드들과 임금 협상을 타결시켜 행사 진행에 차질을 막아둔 상태다.
대만은 금융 위기 이후 여행객이 1800명대로 급감하자 현지 가이드의 과반수 이상이 한국으로 들어와 인바운드 가이드로 전업하며 가이드 수가 확연히 줄어 있던 상태였다.
현지에 남아있는 가이드들은 대부분 일당으로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행사 손님을 받지 않으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돼 울며 겨자먹기로 무리한 행사 진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의 가이드들이 무리하게 행사진행을 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에는 홍콩, 싱가포르에 비해 일정 동안 단체 손님들을 수행하며 체력적인 소모가 큰 점도 있다.
대만 단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광지 인근과 시내의 호텔들이 객실 부족난을 겪자 시외나 지방의 호텔에도 단체 손님들이 들어가게 되면서 단체 이동시 가이드들의 역할이 더욱 커진 상태다.
홍콩은 1박2일의 다소 짧은 일정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싱가포르는 이웃섬으로 관광을 가는 일정도 있어서 가이드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대만 가이드들은 대체적으로 시내 외곽의 호텔에 머무는 패키지고객들의 이동을 도우며 3박4일 일정 동안 미팅, 샌딩까지 소화해야 한다.
현지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대만의 가이드들은 아예 짐을 싸서 호텔에서 고객들과 같이 자야해 체력 안배를 할 시간이 없다”며 “인센티브 외에는 인솔자가 배치되지 않아 가이드 혼자 수십명의 손님을 돌봐야 한다”고 전했다.
여행사들은 밀려드는 단체 행사를 강요하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계 주요 판매 상품인 태국, 필리핀이 주춤하며 큰 단체까지 취소되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중국은 황사, 일본은 방사능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모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항공사에서 늘려놓은 좌석도 적극적으로 팔아야 하고 목표한 수익도 달성해야 함으로 계속 단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관광청 차원에서 특별히 지원할 수 있는 부분도 대만 정부에 무자격 가이드 활동 허용을 부탁하는 정도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판매로 자칫 지역 이미지에 손실을 입을까 고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이드가 지쳐있어 행사 진행이 부실하면 그대로 여행사에 컴플레인이 이어져 지역과 업체의 이미지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항공사와 여행사가 무조건 판매에 치중하기 보다 현지와 협력해 장기적인 판매 전략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연비 기자> jyb@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