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방송비 오르고 상품가격은 계속 ‘하향곡선’
목줄 죄는 ‘마이너스 행사’ ‘수천만원대’ 지원금
여행사들이 가장 큰 판매채널로 자리매김한 홈쇼핑의 늪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오로지 상품가격으로만 승부를 보고 있어, 그 폐해가 랜드와 현지에게 가중되고 있다.
지난 주말 방영된 상품만 봐도 홈쇼핑 판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높은 콜 수를 기록한 상품 다수가 턱없이 상품가격을 낮춰 판매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진행된 터키 일주 상품은 8000콜을 기록했으며, 10일에 진행된 터키일주 상품도 5700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에 진행된 두바이+터키일주 상품도 2800콜을 기록하며 홈쇼핑 내에서는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베트남+캄보디아, 하노이 3박5일, 큐슈 2박3일 상품 등이 방영돼 여행사들은 지난 주 해피콜을 돌리는데 바쁜 양상이다.
반면 랜드사들은 모객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모 랜드사 관계자는 “콜 수가 아무리 높아 전환율이 좋게 나온다 하더라도, 상품 원가 자체가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것들이 대다수다. 마이너스 행사로 진행된다면, 현지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가이드들은 기형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는 곧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홈쇼핑의 경우 여행상품 판매 수수료는 8.4%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 상품에 비해 여행상품은 판매수수료가 홈쇼핑 내에서도 낮은 편이다. 다만, 가장 방송비가 저렴한 2시 시간대 방송비도 여행사들의 수요에 따라 방송비용을 높이는 추세다.
문제는 홈쇼핑 측에서도 상품가가 낮을수록 분당 콜 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지역을 불문하고 저렴한 상품만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홈쇼핑에서는 여행사 인지도나 상품내용이 콜 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상품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추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랜드사 관계자들은 그 악순환에 대해 여행사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여행사들이 상품 개발보다는 홈쇼핑에만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이 옵션과 쇼핑의 강매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무신경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잦아진 홈쇼핑 판매로 인해 랜드사들만 이중고, 삼중고에 직면한 상황이다. 랜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홈쇼핑으로 인해 물가 반영도 되지 않는 상품가격에서 지상비를 더욱 낮춰 진행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모 랜드사 관계자는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여행사들이 제안하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나”고 말하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우리 차례가 오겠거니 생각하고, 또 2000만원을 아예 지원금 예산으로 미리 생각해둔다”고 전했다.
이어 “2000만원 지원하고, 콜 수가 높게 나왔다 하더라도 지원금만큼의 수익은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현지도 부담만 가중될 뿐이며, 모객이 된다고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지역을 불문하고 많은 랜드사 관계자들이 홈쇼핑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업계관계자들은 서브 대안으로 홈쇼핑의 변형인 T-커머스 등도 거론했으나, 이 역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홈쇼핑은 여행사들이 큰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검증된 것이 아니다. 랜드는 그저 여행사 제안에 못 이겨 의무적으로 진행할 뿐, 홈쇼핑으로는 본전도 못 뽑는다”고 말하며, “홈쇼핑에서 판매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검증되는 ‘독자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랜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해 본다”고 진단했다.
<고성원 기자> ks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