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비 더 낮춰라’
‘수익 보전 무리수’
결국 시장만 오염
동남아 패키지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라텍스 쇼핑이 전 지역별로 확대되고 있어 여행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랜드 업계에서는 쇼핑을 넣어야 상품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지 시장이 오염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 이어 라오스, 발리에서도 라텍스 쇼핑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라텍스와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러시아와 휴양지에서도 라텍스 쇼핑이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물론 라텍스 외에도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쇼핑센터에서 터무니없는 바가지가격으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부 랜드에서는 이러한 쇼핑 조장이 여행사는 물론이거니와 해당 여행지에 대한 이미지를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쇼핑과 옵션이 가이드들의 수입과 랜드의 수익으로까지 연관돼있어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 랜드사 소장은 “쇼핑과 옵션 추가는 랜드에서 먼저 넣고 싶어서 구성하는 게 아니다. 여행사에서 자꾸만 저렴한 지상비를 원하다 보니 쇼핑과 옵션을 넣어서 맞추는 것이다”며 “현지쇼핑센터에서 어떤 제품을 비싸게 팔수록 가이드와 랜드 퍼센티지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남아 A 지역의 허니문 상품 일정 대부분은 마지막 날 쇼핑 3번이 필수적으로 포함돼있다. 쇼핑센터는 모두 패키지투어만 이용하는 곳이며, 허니문 일정에 포함된 스파숍도 정작 여행사관계자들이 잘 모르는 곳으로 지정된 일정이 많았다.
최근 모 여행사에 고객이 제기한 컴플레인 내용도 현지 쇼핑과 관련된 내용이 주 골자다. 고객은 당시 가이드의 강매와 분위기에 따라 라텍스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으나, 한국 가격의 3배 이상을 지불했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일부 관계자들은 “백화점에 가서 인터넷에서 찾아본 최저가대로 판매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저가상품을 이용한 고객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현지에서의 추가지출로 인해 고객 불만이 극심해지는 데는 여행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번 가이드와 현지 업체의 과당경쟁만 비난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행사들이 먼저 이러한 현상을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랜드 혹은 현지에서는 적정 지상비의 50~60%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행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구멍 난 재정을 메워나가는 현실이다. 이에 더해 여행사들이 항공 좌석 소진을 위해 자사 마진도 없애고 초저가로 소셜에 내놓는 경우에는, 거래 랜드에게 당당하게 마이너스투어피를 요구하고 있다. 시즌이 지나면 적정 지상비 대로 책정해주겠다며 거래 랜드들을 어르고 달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몇몇 랜드들은 아예 직접 쇼핑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업계 내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로 꼽히고 있다. 모 랜드사 소장은 “지상비 인하가 지속된다면 갈수록 이러한 세태는 가속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고성원 기자> ksw@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