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와 같은 갱톡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르질링을 향했다.
갱톡보다는 더 많이 유명한 인도홍차의 대표도시, 델리에서 국내선 한번이면 쉽게 도달하는 인도의 서벵갈주의 주도! 다르질링은 세계 3대 홍차 산지중의 하나로 해발 2248m에 위치해있다.
다르질링의 홍차밭은 참으로 광활하게 펼쳐진다. 영국인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곳이 또한 다르질링이다. 영국인들은 유럽인들 중 유일하게 동양의 차 맛을 즐겼다.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
그뿐인가! 영국인들은 드디어 1848년, 홍차를 제나라로 적기에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절벽속의 고원지대에 레일궤도가 61cm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화물용 철도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 소규모 화물용철도는 ‘Darjeeling Himalayan Railway-,DHR’라 부르는데,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고 수많은 관광객들을 전 세계에서 끌어 모으는데 많은 역할을 했다.
우리 일행도 이 기차를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오래된 석탄기차 만큼이나, 기차역 또한 뭐 하나 깔끔해 보이는 게 없다. 그냥 허름하기 짝이 없다고 해야 할까. 토이트레인이라 이름 지어진 이유가 그 크기에 있었다. 레일위에 두발을 벌리고 서보니, 내 보폭보다 작았다.
덩치 큰 유럽인, 인도인들이 다 타고 나니 작은 기차 안은 그야말로 꽉꽉 찼다. 석탄을 떼서 동력을 얻는 만큼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는 낭만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입속까지 파고드는 새까만 석탄가루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고원지대에 절벽처럼 깎아 지르는 곳곳에 세워져있고, 또는 공사 중인 건물들을 보며 치열한 삶의 현장을 느끼게 되는 건 나만의 감흥일까? 사람이 사는 곳은 그 어디든 희로애락과 흥망성쇠가 함께 하는 법.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널 부러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들개들의 신세가 오히려 여유로워 보인다.
잠깐, 다르질링 차에 대한 기초상식을 익히고 가자.
다르질링의 차밭에서는 일 년에 4번의 수확을 한다. 3-4월은 첫물차, 5-6월은 두물차, 7-9월은 여름차, 10-11월은 세물차라 한다. 그 수확기 중에도 따는 시기 부위에 따라 등급이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최상품은 SFTGFOP 즉 Super Fine Tippy Golden Flowery Orange Pekoe의 준 말로 찻잎의 싹 부분 중 가장 섬세한 부분이다. 이 등급의 제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생산적기에 직접 차 제조공장을 찾아가야 가능하다고 한다.
어느새 다르질링을 출발해 부탄으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꼭두새벽 4시에 출발이다. 타이거힐에 올라 해가 떠오름에 붉은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세계 제 3위의 고봉 칸첸중가의 장엄함을 지켜보기 위함이다.
신이 빚어낸 신비함을 보고픈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산악인 엄홍길의 자전 적실화 ‘히말라야’를 본 이들은 칸첸중가(8750m)의 위엄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칸첸중가를 제일 가까이 볼 수 있다니!
대자연의 위대함과 아울러 영화 속의 대사처럼 산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산이 허락해서 등정하는 경외심이 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온다. 그래 이런 게 종교의 출발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우리는 갱톡과 다르질링을 뒤로하고, 부탄으로 향한 발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