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장폴라!” 굿모닝 단어하나는 알아냈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깨끗한 부탄에서의 첫 아침이다. 앞으로 며칠 동안 펼쳐질 여정에 대한 흥분함을 가득한 채 우리 일행은 단촐하게 팀푸로 향했다.
우리를 실은 차는 높이 팀푸를 향해 3000m 고지를 향하고 있었다.
로얄 유니버시티를 지날 때는 고호(GOH-부탄 남자한복)를 차려입은 남학생과 키라(KIRA-부탄 여자한복)를 차려입은 여학생들의 한결같은 모습에 놀랐다. 부탄에서는 전통의상을 학교, 회사, 관공소 등 거의 모든 장소에서 꼭 입어야 한다.
수도 ‘팀푸’에는 신호등이 없다. 전국 어디에도 신호등이 없는 나라다. 수신호의 불편함을 모를 정도로 교통체증 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국왕의 집무실과, 불교계의 중앙사원이 함께 있는 종합청사인 타시종은 히말라야 계곡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을 나란히 하고 있는 자연경관이 멋진 곳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부탄의 제일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건물인 만큼 그 모습도 무게 있고 웅장하다. 여러 동으로 나뉘어져 가운데 코트야드를 두고, 둘러싸여 있는 티벳 양식의 건축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모두 인증 샷을 남겨야 할 판이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오고 고도가 높은 비포장도로에서의 자동차여행에서 쌓이는 멀미가 누적될 즈음 부탄의 유일한 한국식당(부탄 남편과 한국 부인)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젊고 잘생긴 식당주인의 순박한 미소에 비해 부탄 스타일의 한국음식이라 할까? 그럼에도 부탄에서 제일 흔한 매운 고추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얼큰함에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다시금 맑은 정신이 드는 듯하다. 새벽까지 울어대던 들개들의 울음소리에 깊은 잠은 못 잤지만, 깨끗한 호텔 분위기의 만족도는 높았다.
> 팀푸를 떠나며
갑자기 부탄전통의상 ‘고호’와 ‘키라’를 가지고 나타난 현지 에이전트 사장님이 무조건 입고 가자고 권한다. 호텔 여직원들이 도와준 키라를 입는 방법은 복잡했지만 정말 재밌었다. 우리나라 한복과도 비슷하기도 한 키라는 그래도 몸을 타이트하게 감싸주는 편이여서 젊은 여성들이 입은 모습은 정말 곱도 예쁘다.
늘 도전적인 나는 부탄의상을 입고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우리 남편도 굳이 거절하지 않고 협조해 주었다. 물론 남자의상에 필요한 긴 양말이 없어 조금은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수도 팀푸의 협곡 모티탕에 위치한 창캉카 사원에서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라마교의 전통 예배의식에 함께 머리 숙여 숙연한 시간도 가졌다. 3116m 고개에 위치한 도출라 고개를 향한다. 불교국가답게 108개의 탑으로 형성된 이곳은 2005년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투쟁을 벌인 남부 부탄지역과 평화적인 협상으로 분쟁을 종식한 뒤 재발 방지를 기원하며 세운 건축물이다. 우리나라처럼 멋진 경관의 관광지에 카페가 있다. 훈훈한 인심의 이 카페에서는 맛난 차와 비스킷을 많이 준다.
> 푸나카에서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기막힌 멋진 절경들을 나는 여러 번 경험했다. 인도, 네팔, 스리랑카를 다니면서 산 높고 물 깊고 맑은 곳에서 탄성을 질러보기도 여러 번이다.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온 푸나카 드종은 과히 절경 1위를 할 만한 경치였다. 높은 고지대를 달려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푸나카 드종은 그저 놀라움이었다.
양쪽으로 흐르는 모추(어머니강)와 포추(아버지강)사이의 두물머리에 위치한 드종은 강줄기를 따라 마침 흐드러지게 만발한 연한 보랏빛의 자간다(라일락류) 꽃과 함께 마치 지상의 낙원을 보는듯한 평온함과 화려함의 극치였다. 아름답게 어우러진 건축물을 보며 참으로 명당의 위치라 여겨지는데 궁전의 뜻 역시 위대한 행복의 궁전이라 한다. 푸나카 드종은 1637년 지도자 드롱이 건립한 사원으로 1955년 팀푸로 천도하기 전까지 부탄왕궁으로 사용된 곳이다.
크고 작은 정치·종교적 행사가 모두 이곳에서 열린다 하는데 그 장엄한 성벽길을 걸으면 그 아름다움의 극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