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민식
명차이나 소장
해외여행시장은 1983년 50세 이상 국민에 한해 200만 원을 1년간 예치하는 조건으로 단수여권을 만들어주며 시작됐다. 이후 1989년 1월1일에 이르러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과 함께 급격히 성장하게 됐고 올해는 정확히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30주년이다.
이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듯 2019년 출국자수는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또 다른 신기록 경신을 의미한다. 이처럼 해외여행시장은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장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해외여행시장의 성장과는 반대로 대다수의 여행사들은 바람 앞 촛불과도 같은 운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다수 여행사의 비즈니스모델이 패키지 단체 여행이기 때문이다.
과다경쟁이라는 작은 종양으로 시작된 패키지 여행시장은 쇼핑과 옵션이라는 잘못된 자체 처방을 내렸지만 운이 좋게도 시장의 호황 속에서 동반성장하며 잘 된 처방을 내렸다는 안도감과 함께 지속적으로 호황이 이어질 거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약도 여느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내성이 생겼고, 과다경쟁은 더욱더 심해졌다. 이에 잘못된 약인 쇼핑과 옵션을 더 많이 늘리게 됐고 이로 인해 시장의 내구성은 더 망가져버렸으며 이제는 어떠한 약도 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 자유여행객들이 등장했을 때 많은 여행사들은 그냥 소수의 여행객 정도로 치부했고, 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을 때에도 경기나 다른 악재들을 거론하며 신경 쓰지 않았다. 불과 4~5년 전까지의 이야기다. 늦은 이야기지만 이때라도 제대로 된 처방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지금은 여행업계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굳이 통계치를 보지 않아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은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 비상경영 등을 통해 타개책을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고 중소여행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다.
대형 여행사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는 동료들을 보며 나 또한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퇴직 이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번 컬럼을 쓰기 전 본지의 최근 컬럼들을 읽어봤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현지투어 전문여행사 대표님의 ‘패키지여행의 미래’, 고객관리 프로그램사 대표님의 ‘나는 패키지여행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외항사 영업부 차장님의 브리핑 시리즈 등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고 공감했다.
최근에 이런 비슷한 주제의 컬럼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패키지 시장이 많이 망가졌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은 있다고 본다.
다수의 여행 인구가 자유여행으로 돌아선 이때에도 아직 패키지 수요층은 남아있으며 그들이 느끼는 패키지여행의 스트레스만 해소해주면 아직도 가능성은 있다. 그들 스트레스의 8할 이상이 과다한 쇼핑과 옵션 강요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패키지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여행사들에게 노쇼핑/노옵션 상품으로의 변환을 요구하며 시장 개선을 끊임없이 호소했다. 하지만 언제나 혼자만의 외침이었고 이제는 자유여행객이 패키지여행객을 훌쩍 넘어서버리는 작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 1~10위 대형 여행사 대표님들께 최근 실린 본지의 칼럼들을 직접 배송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한 내용을 모르고 계실거란 생각 때문이 아니라, 알면서 왜 못 바꾸시냐고 여쭙고 싶다.
대기업 총수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전경련을 만들어 수시로 모이며 상생을 도모하듯 대표님들도 모여 대책을 논의하라고 호소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력 구조조정이 아닌 패키지여행 시스템의 구조조정이다.
필자는 이제 감히 패키지 여행시장의 5년 시한부를 선고하려 한다. 개선의 여지없이 지금처럼 제대로 된 치료과정 없이 간다면 이 시간은 더욱 당겨질 것이고, 당장 수익이 줄고 힘들더라도 장기간의 대책을 세워 개선해 나간다면 기적과 같은 완치 판정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패키지 여행시장은 대다수의 소규모 여행사의 주수익원이자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이 시장이 죽으면 대다수 소규모 여행사들도 같이 죽는다. 부디 패키지 여행시장의 부고 소식은 듣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