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의 모진 한파를 이겨내고 조금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 전국 중소규모 2만 여 개 여행사들. 여전히 문을 굳게 닫은 업체들도 많지만 대다수의 여행사들은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업무에 복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여행시장 재개되면서 올 초부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소업체들은 막상 업무에 복귀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소규모로 모객 되고 있는 패키지 고객들을 하나/모두투어 등 홀세일러 업체에 팀을 조인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 자체행사가 어려운 전국 중소여행사들은 팀을 조인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홀세일러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CRS(전산시스템)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절차가 크게 까다롭지 않지만 일손을 놓은 지 오래되고 또 대부분 장년층들이라 컴퓨터 이용이 자연스럽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등록안내를 받기 위해 해당여행사들과 연락을 취해도 담당자를 찾기 어려워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담당세일즈와 연락해 사정을 호소하면 곧 들리겠다는 답변 뿐 한 달이 지나도 방문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코로나 이전 등록을 했더라도 장기간 이용하지 않아 재등록 절차를 밟거나 아예 신규로 등록해야 거래가 형성돼 팀을 붙이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가입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많은 수의 일반여행사들이 등록절차를 포기하고 가까운 전판점에 팀을 인계하고 수익을 나누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 홀세일러여행사 입장에서도 손해라는 지적이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3년간 여행 업무에 손을 놓다보니 심지어 공항 3코드 조차 기억이 안 나더라”며 “코로나기간동안 젊은 층은 여행업을 떠나고 대부분 중장년층들이 중소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거래를 위해 등록절차를 거쳐야 하는 CRS가입이 쉽지 않아 지인의 전판점에 팀을 보내 수익을 셰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CRS 신규등록 과정에서 불친절한 경우도 많다”며 “금전사고나 브랜드 손상 등에 대비해 철저하게 심사하는 부분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실제 여행사인지 아닌지 대놓고 물어보는 등 불쾌한 경험도 당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기간 동안 하나/모투투어가 인원을 대폭 줄이면서 세일즈 직원도 감소한데다, 중소여행사를 전담해 관리할 직원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주 요인이다.
현재 하나/모두투어의 전산시스템에 가입된 여행사들은 코로나 이전의 약 25%에 해당하는 5000여개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양사에 중복된 여행사들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2만 여개 여행사가 가입해 활동해 왔다. 또 전판점 외 전국 중소여행사(일반대리점)의 판매비중도 약 15~16%를 차지할 정도다.
따라서 중소업체에서는 하나/모두투어가 일반대리점을 무시하지 않고 서로 상생하기를 희망한다면 각 사별 CRS가입 전담창구를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류동근 <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