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중견여행사들이 엔데믹 이후 잇따라 패키지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침체되던 패키지여행에 새로운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올해 초 마이리얼트립은 패키지출신 육경건 전 하나투어대표를 전격 영입하고, B2B시장을 대상으로 패키지 시장에 진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어, 타이드스퀘어는 지난 9월 양승호 전 인터파크투어 총괄본부장을 영입해 투어비스 브랜드를 통해 B2C 대상 패키지 상품판매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패키지시장의 안정적인 진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도 만만치 않다.
원활한 항공시리즈 좌석 확보 관건
패키지상품 판매에서 가장 우선되는 요소는 안정적인 시리즈좌석 확보다. 항공사들은 판매실적을 고려해 월별 시리즈좌석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신생 패키지사에 그룹좌석을 배분해 주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올 초 패키지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마이리얼트립은 아직 고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패키지시장에 진출한 타이드스퀘어 투어비스도 시리즈 블록을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 확보하느냐가 시장확대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단 투어비스는 국적 대형항공사의 경우 당장 올해 동계시즌에는 시리즈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내년 하계시즌부터 블럭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양승호 투어비스 패키지사업본부장은 “타이드스퀘어의 경우 BSP 발권실적은 상위 5위권내 링크 될 정도 발권량은 많지만 패키지 물량에 대해서는 국적FSC의 실적을 많이 쌓아야 시리즈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패키지 주력 여행사들이 많이 사라졌고 자사의 투어비스는 신생브랜드가 아니어서 처음에는 저비용항공사 좌석확보에 주력하면서 차근차근 패키지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타이드스퀘어에 합류해 지난 10월11일 패키지전용 사이트를 오픈했다”며 “현재 20여명의 직원이 패키지업무를 보고 있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80명까지 인원을 늘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입장벽 높은 패키지시장 경쟁력 확보
연간 800만명의 여행수요를 가지고 있는 패키지 시장은 과거와 달리 진입장벽이 높다. 패키지를 주력하는 여행사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으나, 예전처럼 자금력을 동원한 패키지시장 진출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패키지 Big4인 하나와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역시 수십년 간 패키지를 하면서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패키지상품 판매를 통한 브랜드파워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충성고객들이 해당 패키지사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들어 자유여행에 실증을 느끼는 젊은층들이 패키지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IT기반의 여행사들도 패키지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젊은층의 패키지시장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더라도, 이들 층들은 패키지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여행사들을 선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패키지사들은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다이내믹’ ‘세미’패키지 등의 변형된 패키지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 여행사는 내년도부터 ‘선택형 패키지’라는 이름의 상품도 젊은층을 타깃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새롭게 패키지시장에 진출하는 양사의 경우 기존 패키지사들보다는 패키지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다. 패키지 브랜드를 얼마만큼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에 따라 B2B/B2C패키지시장 확대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육경건 마이리얼트립 B2B CIC 대표는 “현재 마이리얼트립은 600개 여행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150개 여행사의 물량을 받고 있다”며 패키지시장의 경쟁력을 언급했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변형된 패키지 기대
기존 정통 패키지사들과 달리 최근 진출한 양사는 IT를 기반으로 전 세계 주요 단품시장 및 트래블테크기업에서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특히, 타이드스퀘어는 ‘현대카드 PRIVIA 여행’을 운영하며 특화된 상품 제공으로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인수한 SK투어비스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 ’투어비스’로 확장해 OTA 및 상용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설립 7년 만에 국내 종합여행사 5위권(BSP 기준)에 진입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 최초 ‘NDC Capable Level 3’ & ‘NDC Aggregator Level 4’ (2021년 11월부터 ARM Index로 명칭변경) 인증을 획득하며 독보적인 트래블 테크(Travel tech)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IT기반 여행사들의 패키지 시장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판매돼 왔던 패키지상품에 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청신호가 될 가능성도 높다. 중장년층들만이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라, 이들 여행사들의 상품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냐에 따라 MZ세대까지 아우르는 패키지여행이 여행시장에 대세가 될 전망이다.
류동근 <dongkeu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