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티몬사태 등 적자 악순환 버티지 못해---NHN 인수 7년만에 정리 수순
·대표, 전직원에 구조 조정 계획 통보
·호텔업 부문은 계속 운영 밝히기도
2000년, 일본 자유여행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시작된 여행박사의 신화가 25년 만에 여행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수차례의 인수와 위기, 팬데믹, 티몬 사태, 경영 실패가 반복되며 결국 이번달을 끝으로 여행사업을 공식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여행박사는 더 나은 경영 모델을 찾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여행박사는 2000년 신창연 창업주가 250만 원의 자본금으로 단 2명의 직원과 시작한 일본 전문 자유여행사다. 당시 '9만9000원 일본여행', '도쿄 올빼미 여행' 등 파격적 상품으로 기존 패키지 위주의 시장을 흔들며, 일본 배낭여행 1위, 업계 5위까지 성장했다. 직원들이 팀장과 임원을 직접 뽑는 민주적 문화와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표방한 실험적 조직 운영도 주목받았다.
2007년, 소프트웨어 업체 트라이콤이 여행박사를 360억 원에 인수하며 회사는 변곡점을 맞는다. 우회상장에 성공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브라더스 사태) 여파로 상장폐지, 법정관리, 파산 위기를 겪는다. 이후 직원들이 사비 23억 원을 모아 기적적으로 회사를 재건했지만, 2014년 옐로모바일로의 매각, 2017년 에스티리더스PE로 매각, 2018년 NHN의 인수 끝에 NHN여행박사로 사명이 변경되며 반복된 매각이 이뤄졌다.
또한,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은 치명타였다. 2020년 여행업계 전체가 멈추며 여행박사도 급격히 흔들렸다. 손실은 2022년에 약 23억원에서 2023년 약 41억원으로 확대된 뒤 지난해 47억원으로 불어나 연이은 적자가 이어졌다. 여기에 티몬 사태까지 겹치며 적자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켜졌고, 3년 연속 적자 끝에 실적 반등에 실패하며 존폐 위기에 몰렸다.
최근 윤태석 NHN여행박사 대표는 전 직원 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계획을 본격적으로 통보했다. 이번달 내부 검토 끝에 여행사업을 철수할 것으로 보이며, 한때 30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 했던 사무실은 지난해 합병한 안테룸 서울의 호텔부문만 남겨둔 채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남아있는 100여 명의 직원 역시, 향후 사업 축소와 조직 개편 속에서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행박사는 25년간 업계에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시도해온 만큼, 이번 사업 철수가 여행업계에 주는 의미도 작지 않다. NHN 측은 앞으로 호텔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이후 여행박사의 자금사정이 굉장히 어렵다는 소문이 났고, 숙대입구 여행박사 사옥도 임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라며 “이미 지난해부터 문을 닫는 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실제 여행업을 종료하는 것을 보니 비단 여행박사만의 문제라기 보다 여행업계가 처한 단면을 보는 듯 하다”고 씁쓸해 했다.
<이규한 기자> gt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