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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호 2025년 10월 13 일
  • 뉴질랜드 최초 ‘국제 밤하늘 커뮤니티’

    센트럴 오타고 지역의 ‘네이즈비’, 공식 인증



  • 취재부 기자 |
    입력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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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 지역의 작은 마을 네이즈비(Naseby)가 뉴질랜드 최초로 ‘국제 밤하늘 커뮤니티’ 공식 인증을 받았다. 이는 별빛 환경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인 ‘다크스카이 인터내셔널’이 부여하는 권위 있는 인증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39번째 사례다.

 

이번 성과는 10여 년간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과 센트럴 오타고 지역 의회(CODC)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네이즈비 주민들은 2016년부터 별빛 보존을 목표로 조명 규제 개정과 공공 참여 활동을 이어왔으며, 2024년 10월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빛공해 방지 조항을 마련한 끝에 올해 인증을 획득했다.

 

앤츠 롱맨 센트럴 오타고 관광청 국장은 “네이즈비는 지역의 밤하늘을 지켜내고 있으며 2028년 7월 예정된 개기일식 관측 명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이 네이즈비의 발자취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디터 사진

아오라키 매켄지 보호구역의 밤하늘ⓒLee Cook

 

 

별빛이 여는 새로운 관광과 문화

 

네이즈비의 국제 밤하늘 커뮤니티 인증은 이미 관광·교육·문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네이즈비 나이트 스카이 투어’가 운영을 시작했고, 별빛을 주제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 윈터스텔라 역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이번 성과를 기념해 지난달 27일 네이즈비 현지에서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하는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네이즈비 밤하늘의 특별함을 배우고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앞으로 천문학 교육과 빛공해 인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국제 다크 스카이 플레이스 프로그램은 전 세계 인증지를 보호구, 보호구역, 공원, 커뮤니티, 도심 밤하늘 장소 등 다섯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커뮤니티는 주민 생활권을 중심으로 조명을 규제·관리하는 방식으로, 다른 유형과 달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주인의식이 핵심이 된다.

 

뉴질랜드는 2019년 세계 최초의 ‘다크 스카이 국가’가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으며, 아오라키 매켄지 보호구역(2015년), 스튜어트 아일랜드/라키우라 보호구(2019년), 와이아티 공원(2020년), 타후나 글레노키 보호구(2025년) 등 10개 이상의 밤하늘 인증 지역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즈비는 뉴질랜드 최초로 커뮤니티 단위 인증을 받은 사례로, 뉴질랜드의 밤하늘 보존 노력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에디터 사진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Miles Holden

 

 

마오리 문화와 밤하늘 보호

 

네이즈비의 성취는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문화적 가치와도 직결된다. 마오리 전통에서 별자리는 항해, 농경, 기후 예측의 지침 역할을 해왔다. 별빛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바다와 육지의 생태 주기를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특히 마타리키(플레이아데스 성단)는 마오리 새해를 알리는 별로, 새해를 맞이하며 조상들을 기리고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는 문화적 의식과 연결돼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2022년부터 마타리키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주민 전통을 기념하는 별자리 기반 공휴일을 제정했다. 마오리 음력을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지기 때문에 매년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는 6월 20일이었으며 내년은 7월 10일 예정이다.

 

마오리 천문학자 랑이 마타무아 박사는 “별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잃는 것은 곧 우리의 문화유산을 잃는 것”이라며 밤하늘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0피트 위의 걱정 없는 마을’

 

문화적 · 환경적 가치를 아우르는 네이즈비는 그 자체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마을이다. 1860년대 골드러시로 탄생한 네이즈비는 해발 610m(2000피트)에 자리한 작은 마을로, 한때 인구가 5000명에 달하며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철도 노선에서 제외되면서 많은 시설이 인근 랜펄리로 옮겨갔고, 마을은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보존되어 ‘와일드 웨스트’ 특유의 분위기를 간직하게 됐다.

 

마을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옛 법원 건물은 카페로, 오래된 교회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했고, 19세기부터 운영돼 온 길크리스트 앤 선즈 잡화점은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상품을 진열하고 있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서부시대의 향수를 품고 있는 네이즈비는 동시에 뉴질랜드 컬링의 수도이자 사계절 레저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유일의 국제 규격 실내 컬링 경기장에서 연중 컬링을 즐길 수 있으며, 아이스 루지·아이스링크·여름 루지 등 계절별 액티비티가 다양하다. 네이즈비 숲에는 50km 이상의 산악자전거 트레일이 조성돼 있어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을 찾는 사이클 여행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명소다. 이런 풍성한 즐길 거리 덕분에 네이즈비는 ‘2000피트 위의 걱정 없는 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번 국제 밤하늘 커뮤니티 인증을 통해, 네이즈비는 와일드 웨스트의 향취와 컬링의 수도라는 정체성에 더해 세계적인 별빛 관광지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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