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관광 소비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6%가 “여행 과정에서 AI 활용이 이미 보편화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 단계를 넘어, 여행을 계획하고 구매하는 방식 자체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온라인여행사(OTA) 시장에서 나타난다.
씨트립, 페이주, 통청, 취날 등 주요 플랫폼들은 최근 잇따라 대규모 AI 추천 엔진을 도입하며 여행 소비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씨트립이 선보인 ‘AI 여행일정 비서’는 항공권, 호텔, 교통, 관광 일정을 한 번에 설계해주는 서비스로, 방대한 글로벌 POI 데이터와 실시간 이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개인별 최적의 여행 계획을 제안한다. 여행자는 더 이상 검색 결과를 비교·조합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AI가 제시한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여행 플랫폼 페이주는 ‘시나리오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검색·구매 이력을 단순 누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의 현재 여행 목적과 상황에 맞는 행동 데이터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이 실제로 개선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통청은 딥시크와 협업한 여행 전문 AI 모델을 출시하며, AI가 사용자의 여행 성향을 학습하고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페이주 여행상품 페이지©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O2O 플랫폼 역시 여행산업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메이투안은 배달과 로컬 생활 서비스에서 축적한 방대한 리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텔·관광·레저 분야까지 AI 추천을 확장했다. 이용자의 시간대, 위치, 날씨, 행동 패턴을 종합 분석해 ‘지금 이 순간의 니즈’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멤버십과 연계한 고급 호텔 추천 전략을 통해 예약이 급증하는 사례도 확인되며, AI 추천이 실질적인 매출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NS 플랫폼의 변화는 더욱 구조적이다. 샤오홍수는 ‘종차오’ 문화를 앞세워 여행 영감 탐색과 정보 수집 단계를 사실상 장악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분석하는 AI 추천 기술을 통해 조회수가 낮은 게시물도 콘텐츠 유사도만으로 노출될 수 있어, 광고비 중심 홍보 전략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더우인은 숏폼 영상과 라이브 커머스를 결합해 검색·비교·구매·결제까지 플랫폼 내부에서 완결되는 폐쇄형 전환 구조를 구축하며, 관광 상품 판매의 핵심 채널로 부상했다.
이 같은 변화는 방한관광 마케팅 전략에도 분명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 플랫폼 환경에서는 기존의 검색엔진 최적화(SEO) 중심 홍보에서 벗어나, 생성형 AI와 추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전략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GEO전략은 생성형 AI 검색 시대에 맞춰 콘텐츠를 최적화, AI 모델이 답변을 생성할 때 특정 브랜드나 정보를 인용하도록 유도하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다. 이젠 단순히 검색 상위 노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답변과 추천 결과에 인용될 수 있도록 콘텐츠 구조 자체를 설계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여행 테마와 상황별 태그 전략, 대형언어모델(LLM)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화된 문장, 최신 POI 정보와 동선 데이터, 그리고 실제 이용자 리뷰의 지속적인 축적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 AI 플랫폼은 리뷰를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닌 핵심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경험에 기반한 상세 리뷰가 늘어날수록 목적지 추천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이는 대도시뿐 아니라 신흥 관광지와 소도시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중국 여행산업의 AI 전환은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 방식의 변화다. 방한관광 역시 ‘검색되는 한국’에서 ‘추천되는 한국’으로의 전략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중국 온라인 플랫폼과 알고리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향후 중국 관광객 유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한국관광 데이터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