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 봄기운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지만, 지나가는 겨울의 끝자락이 못내 아쉽다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출발하는 ‘투어리스틱 이스턴 익스프레스’에 올라보자. 튀르키예 동쪽 아나톨리아 고원은 여전히 눈부신 순백의 설원을 간직한 채, 겨울의 마지막 낭만을 만끽하려는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동쪽 끝 카르스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속도보다 여유를 중시하는 슬로우 트래블)의 정수를 보여준다. 광활한 설원을 가로지르는 24시간의 기록은 전 세계 여행자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았다. 승객들은 침대와 세면대 등이 구비된 아늑한 전용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차창 밖으로 흐르는 설경을 배경 삼아 식당칸에서 현지 미식을 즐기며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다.

투어리스틱이스턴익스프레스ⓒ튀르키예관광청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열차는 주요 거점 도시에서 약 3시간가량 정차하며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에르진잔, 에르주룸, 시바스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역사적 명소들을 경유하며 튀르키예의 대자연과 고대 유적을 여유롭게 탐방할 기회를 제공한다.
종착지인 카르스는 시간이 멈춘 듯한 건축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다. 기독교와 이슬람 왕조의 흔적이 교차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아니 유적지는 늦겨울의 정취를 더한다. 특히 이 시기의 카르스는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사리카미스에서 은빛 설원을 가로지르는 스키를 즐기거나, 두껍게 얼어붙은 칠디르 호수 위에서 말썰매를 타고 잉어를 낚는 체험은 지금 이 계절에만 허락된 특권이다.
카르스의 밤은 지역 미식과 전통 예술로 완성된다. 거위 요리와 지역 특산 치즈를 곁들인 저녁 식사, 그리고 전통 민요 대결인 아시크 아티슈마시 관람은 튀르키예 동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정취를 선사한다.
주 3회 운행되는 투어리스틱 이스턴 익스프레스는 튀르키예 국영철도(TCDD) 공식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예약 가능하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이 열차는 아나톨리아의 자연과 역사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라며, “한국 여행객들이 튀르키예 설원에서 겨울의 대미를 장식할 특별한 감동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