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연초 여행업계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25년 초 설 연휴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대형 항공 사고의 여파로 여행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지난해 여행업계는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와 애도 분위기 속에서 극심한 침체기를 지나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식 연휴에 개인 휴가를 더한 여유로운 일정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긴 침체의 터널을 벗어난 여행객들이 다시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한동안 위축됐던 패키지 여행 시장이 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신뢰도를 회복하며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 해외여행객의 65%가 개별여행을 선호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 연휴만큼은 주요 여행사들의 패키지 모객 실적이 준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연휴 기간 내 효율적인 동선 관리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춘 패키지 상품으로 수요가 결집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비자 면제 정책 이후 가이드 서비스 수요가 꾸준한 중국과, 가족 단위 여행객 비중이 높은 일본·동남아 노선에서 패키지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주요 여행사들이 집계한 이번 설 연휴 모객 실적은 향후 상반기 여행 상품 기획의 향방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이번 호를 통해 연초 여행객들의 선택을 받은 지역별 도시 인기 순위를 분석하여, 시장 대응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 여행객들의 발길은 가깝고 확실한 휴식을 제공하는 단거리 노선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발표한 2025년 해외여행 결산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여행 관심도는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이러한 흐름은 2026년 설 연휴 주요 여행사의 실제 송출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각국 관광청 자료와 항공 실적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국가별 도시 점유율에서 일본의 독보적인 강세가 나타났다. 일본 내 인기 도시는 도쿄(28.4%)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후쿠오카(22.1%), 오사카(18.5%), 삿포로(11.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교토(2.8%) 등 주요 거점 외에도 마쓰야마, 다카마쓰와 같은 기타 소도시 여행 비중이 10.2%에 달하며 방문지가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2025년 연간 집계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며 연간 946만 명 시대를 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국 시장, 비자 면제가 불러온 시티 투어와 지역 관광의 조화 중국 시장의 회복세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하이 시 문화관광국(SCT)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자 면제 정책 시행 이후 한국인 방문객의 여행 패턴이 다변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전통적인 대도시인 상하이(24.5%)와 칭다오(15.8%)를 찾는 시티 투어 수요가 급증한 한편, 대표적인 관광 지역인 장자제(21.2%) 역시 한국인의 꾸준한 선호 속에 확고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장자제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중장년층 패키지 고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단순한 도시 방문을 넘어선 지역 특화 관광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는 패키지 위주였던 중국 여행 시장이 개별 여행과 특화 지역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나트랑(32.5%)과 다낭(28.2%)이 전체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휴양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특히 아고다 내 관심도가 63% 폭증한 푸꾸옥(18.4%)은 모든 외국인 방문객에게 최장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파격적인 정책에 힘입어 새로운 핵심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이 밖에도 태국은 방콕(42.3%)이, 대양주는 시드니(48.2%), 유럽은 파리(22.8%)가 각 권역 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핵심 도시로 기록됐다.
체류 효율 중시하는 여행객, 단거리 노선 쏠림 현상 가중 이러한 지역별 선호도는 주요 여행사의 설 연휴 실적과도 일치한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52%였던 동남아 비중이 37%로 줄어든 반면, 일본은 20%에서 38%로, 중국은 9%에서 12%로 각각 증가하며 단거리 노선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특히 일본 예약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모두투어 역시 일본과 중국의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내외 성장했으며, 도시별로는 오사카(8.4%), 타이베이(8.1%), 다낭(6.5%) 순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노랑풍선의 경우 큐슈와 홋카이도가 도시별 예약 순위 1, 2위를 차지하며 일본 강세를 뒷받침했고 다낭, 상하이, 스페인이 그 뒤를 이었다. 참좋은여행과 롯데관광개발의 실적에서도 삿포로, 타이베이, 다낭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단거리 노선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설 연휴를 통해 패키지 상품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개별여행 중심의 시장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아고다의 2026 트래블 아웃룩 리포트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39%가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한 만큼, 고물가 기조 속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거리 전략 상품의 중요성은 상반기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박소정 기자>gtn@g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