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가격은 왜 매일 달라질까. 같은 노선, 같은 날짜, 심지어 같은 좌석 등급인데도 어제와 오늘의 가격이 다르고, 같은 날 검색해도 오전과 오후의 가격이 다르다. 단순히 성수기냐 비수기냐의 문제가 아니다. 수요와 공급, 예약 시점, 경쟁사 동향, 잔여 좌석 수, 날씨, 이벤트, 심지어 검색 패턴까지 수십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교한 알고리즘의 결과다.
좌석은 비행기가 떠나는 순간 가치가 사라지는 소멸성 상품이다. 팔지 못한 좌석은 그대로 손실이 된다. 반대로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좌석을 낮은 가격에 팔아버리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기회를 잃는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적절한 고객에게 좌석을 파는 것이 수익 극대화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기술이 바로 수익관리(Revenue Management)다. 그리고 지금, 이 기술이 AI를 만나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항공사 요금 전략의 출발점은 1980년대 등장한 일드 매니지먼트(Yield Management)다. 좌석은 비행기가 떠나는 순간 가치가 사라지는 소멸성 상품이다. 빈 좌석은 곧 손실이므로, 같은 좌석을 누구에게 얼마에 팔아야 총수익이 극대화되는지를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개념을 항공업계에 처음으로 대규모 시스템으로 구축해 상업화한 곳이 아메리칸항공이다. 자체 예약 시스템 세이버(SABRE)를 기반으로 이코노미 클래스 안에 Y·M·H·Q·V 등 10~15개 운임 버킷을 두고, 각 버킷에 좌석 수를 미리 배분했다. 저렴한 버킷이 다 팔리면 상위 버킷으로 올라가는 구조로, 일찍 살수록 싸고 늦게 살수록 비싸지는 현재의 항공권 가격 구조가 여기서 비롯됐다.

■ 운임 버킷에서 AI로…40년간의 요금 진화
이후 수익관리로 개념이 확장되면서 수요 예측, 경쟁사 운임 모니터링, 노선별 최적화 등이 추가됐다. 그리고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AI 기반 연속 가격제(Continuous Pricing)가 확산되고 있다. 수십 개의 고정 버킷 대신 AI가 잔여 좌석 수, 예약 시점, 경쟁사 가격, 날씨, 이벤트 등 수십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천 개의 가격을 동적으로 생성한다. IATA가 추진하는 NDC(신유통표준) 체계가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며, 항공사가 여행사·GDS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최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AI 수익관리 흐름은 아시아 항공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일본항공(JAL)은 특히 주목받는 사례다. 2010년 파산 후 재건을 마친 JAL은 2014년 PROS 솔루션을 도입해 수익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고 직판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여행사·GDS 채널에 의존했던 좌석 배분 구조를 탈피해, 항공사가 직접 가격을 설계하고 유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가격 세분화·자동화…항공 요금, 더 정교해진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항공이 2020년부터 NDC 도입을 검토·준비해왔으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양사 예약·수익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AI 도입과 업무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항공권 가격은 과거보다 훨씬 세밀하게 세분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