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화의 확산과 게임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여행과 게임을 융합한 새로운 관광 트렌드인 ‘게이미 베게이션(Gami-Vacation · 이하 게임관광)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임관광은 게임 문화와 관련된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장소를 방문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게임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34억2000만명의 게이머들이 활동하고 있다. 많은 게이머들이 본인들이 즐겨 하는 게임과 연관된 여행 경험을 원하게 됨에 따라 주요 도시들은 게임 컨벤션, e스포츠 대회, 게임 테마파크, 그리고 게이머들과 친화적인 숙박 시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게임관광은 e스포츠의 인기 상승과 더불어 트위치(Twitch)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확산, 가상 현실(VR) 기술 발전 등 덕분에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글로벌 산업과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게임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877억달러(약 255조7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음악과 영화 산업의 총 매출을 합친 것보다 크다고 추정된다.

게임 관광 산업은 새로운 여행 패턴과 소비자 행동을 반영하며 변화하고 있고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몰입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게임과 결합된 여행은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호텔, 관광청, 이벤트 기획사들은 이 새로운 시장을 포착하고 여행 상품들을 재구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게이머들이 여행을 주도하는 이유

디지털 연계성과 현실 탈출

게이머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면서도 디지털 세계와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이러한 욕구는 다양한 기술 발전과 맞물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많은 게이머들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여행지를 선호하며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청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이를 위해서 초고속 인터넷과 게이밍 기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e스포츠 팬들은 해외에서도 실시간 경기 관람이 가능하도록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

VR 과 AR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여행객들은 가상 세계를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으며 게임과 관련된 여행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포켓몬 GO는 AR 기술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포켓몬을 잡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이로 인해 특정 지역 방문이 증가했다.

’포켓몬 고 라이브’ 홈페이지 캡처©포켓몬 고 라이브

커뮤니티 형성

게임은 단순한 개인적 경험뿐 만이 아니라 커뮤니티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문화다. 많은 게이머들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특징은 여행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게임 이벤트 및 컨벤션, e스포츠 대회가 게이머들의 주요 여행 동기가 되고 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비디오 게임 박람회 중 하나인 게임스컴은 매년 4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 퍼블리셔, 하드웨어 제조업체 등 게임 산업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새로운 게임과 기술 및 혁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업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써 팬들과 전문가들이 게임의 미래를 미리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제작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게이머들은 단순한 관광보다 현지 게이밍 문화와의 교류를 원하고 있다. 한국의 PC방 문화나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일본 도시 아키하바라 방문, 또 미국의 레트로 게임 바 등은 게이머들이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는 여행을 통해 더 넓은 네트워크로 확장되며 게임 관광의 사회적 측면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 속 배경 방문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들은 몰입형 서사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게임들은 실존하는 도시나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이러한 게임 경험은 게이머들에게 실제 장소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 이집트 카이로 등 실제 도시를 재현한 게임이고 위쳐 3는 폴란드 크라쿠프 및 동유럽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게임 속 서사는 현실 세계에서의 여행 경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며 게이머들이 특정 도시나 장소를 방문할 동기를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관광 전망

게임관광은 단순한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게임 산업과 관광 산업의 융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여행 패턴이 변화하면서 게임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관광 상품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과 더불어 게임 관광 시장의 확장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 세계 게이머 수는 2027년까지 37억5천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게임과 연계된 여행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e 스포츠와 게임 컨벤션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관련 이벤트와 페스티벌이 더욱 많아지고 이에 따라 게임과 관련된 여행 산업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AR과 VR 기술이 발전하면서 게임관광은 더욱 몰입형 관광 경험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AR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 관광으로 현실 세계에서 AR 어플을 통해 관광지를 탐험하며 게임 내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할수 있다. 포켓몬 고처럼 특정 관광지에서 게임 캐릭터를 찾는 미션 수행 이라던지 방문객이 실제 여행지에 가지 않고도 VR 기기를 통해 게임 속 배경지를 탐험하는 서비스가 증가할것으로 보인다. 어새신 크리드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VR을 통해 가상 여행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할수록 게임과 현실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관광 상품이 등장할 것이며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도시는 호텔, 레스토랑, 교통, 쇼핑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도시는 호텔 예약률이 20~30% 증가하며 경기장 주변 지역 상점의 매출도 15~25% 증가한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관광청은 e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게임과 관광 산업의 결합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게임 테마파크들도 글로벌로 확장중이며 기존의 놀이공원과 차별화된 게임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 특히 슈퍼 닌텐도 월드 는 일본 오사카 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 플로리다 주, 내년 유럽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과거의 관광 산업이 음식, 쇼핑, 문화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디지털 기술과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해 경험 중심의 관광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져 있고 몰입형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게임과 결합한 관광 모델이 향후 주요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게임을 활용한 지역 관광 활성화와 기존 관광 명소와 게임 콘텐츠를 결합,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존 호텔 및 관광 시설도 게이머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게임 관련된 친화적인 호텔, 테마파크, 레스토랑 등이 새로운 여행객 유치의 핵심 요소가 될 확률이 높다. 여행객들이 게임을 즐기면서도 관광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공항에 게임 라운지나 e스포츠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공간들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거리 이동 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면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다.

게임관광은 미래 관광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기존에 있는 관광 모델을 보완하고 새로운 경험 중심의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낼 것이다. 관광 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게임과 여행을 융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게이머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관광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한국관광 데이터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