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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항공사는 없다’…수익률 보장에 집중

창간27주년 특집] ⑥-4 항공_LCC 중장거리노선

  • 게시됨 : 2026-04-02 오후 4:56:22 | 업데이트됨 : 23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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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국적으로 등록된 저비용항공사(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파라타항공 등 총 9개에 달한다. 일명 저가 항공사로 불리는 LCC(Low Cost Carrier)는 낮은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을 핵심 수익 모델로 삼는다.

 

통상 6시간 이하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기재를 운용하며 회전율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기내식, 위탁수하물, 좌석 선택 등 기존 대형항공사(FSC)가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던 것들을 유료화하는 대신 항공권 자체의 단가를 낮춰 수요를 끌어모아 왔다. 단거리 위주의 단순한 사업 구조 덕분에 항공기 기종을 통일해 정비 비용을 낮추고, 2차 공항이나 비인기 시간대를 활용해 공항 이용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관리한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시장에 등장한 이후 내국인의 해외여행 대중화를 이끌며 빠르게 성장해온 LCC는 이제 국내 항공 여객 시장의 절반을 넘보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한때 LCC는 항공 여행의 문턱을 낮춘 산업적 혁신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이면에는 취약한 수익 구조와 과잉 공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내재해 있었다.

 

그러나 9개라는 숫자 자체가 이미 위기의 씨앗이었다. 인구 5000만의 나라에 LCC 9개는 과잉이다. 미국 역시 비슷한 규모의 LCC가 있지만 인구 3억3000만에 광활한 국내선 수요가 뒷받침된다. 국내 LCC들은 처음부터 국내선이 사실상 없는 구조에서 국제선 위주로 운항할 수밖에 없었고, 같은 노선에서 같은 기종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결국 가격 경쟁만 남았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것이 유일한 경쟁 수단이 되면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항공권 가격이 낮을수록 탑승객은 늘지만, 좌석당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4년 일본 노선에서 벌어진 5만 원 이하 특가 출혈 경쟁이 수익성을 직격했고, 같은 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서면서 항공기 리스료 부담까지 가중됐다. 여기에 2024년 12월 무안공항 참사 이후 LCC에 대한 안전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항공사로 발길을 돌렸다. 2025년 상반기 LCC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줄어든 반면, 대형항공사는 3.8% 늘었다. 여기에 최근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새 악재로 더해졌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며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여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운항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국내 LCC 가운데 일부 항공사들은 이미 노선 조정에 나서고 있다. 에어부산은 오는 4월 한 달간 부산발 다낭, 세부, 괌 노선의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에어로케이도 사업계획 변경을 이유로 인천발 오사카·이바라키, 청주발 나리타·클락·울란바토르 등 국제선 노선을 4월에서 6월 사이 비운항한다고 공지했다. 비용 구조를 관리하기 위한 공급 조절이 항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2026년 2월 공개된 2025년 연간 실적은 그 결과를 숫자로 확인해준다. 제주항공은 연간 매출 1조5799억 원, 영업손실 1109억 원으로 전년 흑자(799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진에어 163억 원, 에어부산 45억 원의 연간 영업손실도 확정됐다. 티웨이항공은 연간 영업손실이 2655억 원에 달해 전년(123억 원)의 20배 이상으로 손실 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중장거리 노선 확대와 기단 확충 과정에서 리스료, 정비비, 인건비가 동시에 불어난 결과다. 그나마 제주항공은 2025년 4분기에 영업이익 186억 원을 내며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차세대 항공기 B737-8 도입을 가속화해 유류비를 전년 동기 대비 19% 줄이고, 일본 노선 연간 탑승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수익성 중심으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다. NICE신용평가는 2026년 항공 운송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단거리 노선 중심 LCC는 공급 과잉과 운임 하락 압력으로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고, 대한항공과의 재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선을 가지고 있는 LCC들이 수익극대화를 위해 선택한 전략이 중장거리 노선 확장이다.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유럽·미주·오세아니아 등 장거리 노선은 탑승률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될 경우 단거리 대비 단위당 수익이 높고, 기업 출장·교민·관광 수요가 혼재해 운임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단거리 노선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해 비교적 경쟁자가 적은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장거리 노선은 대형항공사가 독과점하다시피 해온 영역이었지만, 합리적인 운임을 무기로 삼는 LCC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문제는 초기 진입 비용이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려면 항속거리가 길고 좌석 수가 많은 광동체 기재가 필요하고, 이는 리스료·정비비·인건비 모두를 끌어올린다. 협동체만 운용하던 LCC가 광동체를 들여오는 순간, 비용 구조는 단순한 단거리 사업자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티웨이항공의 연간 영업손실이 전년의 20배로 불어난 것도 이 비용 구조의 역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선두에서 이 전략을 실험하고 있는 곳이 티웨이항공이다. A330-300, A330-200, 보잉 777-300ER 등 광동체 기재로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시드니, 밴쿠버 등 장거리 노선에 잇달아 취항했다. 2026년 하계 시즌(3~10월) 유럽 노선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4% 상승했다. 수요 자체는 확인됐으나 저렴한 운임 구조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하반기 A330-900NEO 도입도 계획하고 있으나, 3월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전사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투자 일정 조정 여부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다만 초기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올해 트리니티항공으로 사명 변경과 FSC급 서비스 전환을 추진 중이나, 비상경영 선언으로 투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처음부터 장거리 중심으로 출발한 하이브리드 항공사(HSC)다.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인천~뉴욕, 인천~LA, 인천~호놀룰루 등 미주 노선을 운항하며, 오는 4월 24일부터 인천~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IAD) 노선을 주 4회(월·수·금·일) 정기 취항한다. 국적사 기준 31년 만의 해당 노선 재취항이다. 작년 말 9번째 787-9를 도입하며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에 이어 워싱턴 D.C.까지 미주 5개 노선을 운항하게 된다. 이스타항공도 2027년 전후 보잉 787급 광동체 도입을 위한 전담팀을 꾸리고, 파라타항공은 지난해 10월 재운항 이후 국내선과 인천~도쿄(나리타)·오사카, 인천~베트남 다낭·푸꾸옥·나트랑 등 국제선을 운영 중이다. 올해 7월부터는 인천~하노이 노선도 주 7회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올해는 A330-200을 도입해 인천~라스베이거스, 인천~LA 등 미주 장거리 노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 2월 미국 연방교통부로부터 미주 노선 운항 허가를 잠정 승인받으며 준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거리 확장 대신 현재의 사업 구조를 다듬는 방향을 선택한 항공사들도 있다. 제주항공은 무리한 노선 확장 대신 B737-8 기단 현대화에 집중하며 비용 구조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차세대 기종 7대를 추가 도입하되 기존 노후 기재를 줄여 전체 사업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항공기 비중을 높여 유류비 부담을 낮추고, 수익성이 검증된 일본·중국 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3사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다. 2027년 1분기 통합 LCC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부산 김해공항을 제2거점으로 삼아 영남권 수요를 흡수하고 중복 노선 정리와 공동 구매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항공사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규모의 경쟁력을 통합을 통해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에어로케이는 청주공항 거점을 강화하면서 인천발 노선을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국내 LCC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는 수익성이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 구조는 오히려 취약해졌다. 중장거리 노선은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고, 단거리 노선은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장거리 전략은 단거리 포화를 피하는 출구이지만, 그 출구를 통과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단기적 재무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단거리 효율화 전략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경쟁 구도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 분쟁 여파로 1500원대에 근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LCC들의 비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유와 리스료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에서 환율 상승은 비용 압력을 더욱 가중시킨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올려 일부를 전가하더라도, 운임 인상이 여행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무한정 올릴 수도 없는 처지다. 인구 5000만 시장에 9개 LCC가 뛰어든 구조에서, 결국 생존의 열쇠는 얼마나 빨리 수익성 있는 노선을 안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전략의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어떤 항공사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먼저 증명하느냐가 2026년 국내 항공업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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